직장인 법인설립, 회사가 알 수도 있나요?
숨길 건 아니지만,
알게 되는 것도 좀..
호기롭게 사직서를 제출하고 나와서 나의 사업을 시작한다. 너무나 꿈 같은 얘기입니다. 당장의 고정수입을 포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최근의 법인 설립 트렌드(?)는, 일단 다니던 직장에 계속해서 재직을 하면서 부업삼아 사업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알음알음 수입을 벌어 들이다가, 월급 이상의 수입이 유지될 때 비로소 전업을 하는 거죠.
하지만 회사를 다니면서 법인을 설립하자니, 괜스레 현 직장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괜히 알려져봐야 좋을 일이 없을 듯 한데, 괜히 일을 진행했다가 회사에서 알게되는 건 아닌가 걱정이 되기도 해요.
법인 설립, 진행은 해야 할 텐데, 회사에서 알 방법이 있을까요? 어떤 통지가 회사에 날아오는 건 아닐까요?
법인을 설립하면 문제가 되나요?
근로계약/취업규칙 확인이 필요해요
그런데 현 직장에서, 직원이 별도 법인을 설립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 특별히 문제가 될 수가 있을까요? 문제의 소지는 근로계약과 취업규칙에서 확인해보아야 합니다.
원칙적으로 직원은, 현 직장 근무여부와 관계없이 자신만의 사업을 운영할 수 있습니다. 우리 헌법에서 직업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기 때문에, 근로계약의 당사자라고 해서 다른 근로를 제한하기는 어려운 것이죠.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이 자유가 제한이 될 수가 있는데요. 이 부분은 각각의 사안별로 내용을 확인해보겠습니다.
(1) 근로시간 내
계약된 근로시간 내에, 근로자는 오로지 사용자를 위해서 노무를 제공해야 합니다. 잠시 휴게를 하는 시간정도는 근로를 한 것으로 인정이 되지만, 개인적인 영리를 추구하기 위해 다른 업무를 하는 것 까지 허용될 수는 없겠죠.
만일 근로시간 내 본인이 설립한 법인의 업무를 처리한다면, 이는 근로계약 위반으로서 해고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2) 동종의 영업인 경우
동종의 영업, 또는 경쟁사를 운영하는 행위는 신의칙 위반소지가 있는 행위로서, 비록 계약상 정해진 근로시간 외에 업무를 본다고 해도 제약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에 더불어 영업비밀을 침해하거나, 회사에 찾아온 기회를 무단으로 가로챈다면 손해배상의 책임까지도 질 수 있는데요.
비록 아직까지 현 직장에 손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해도, 별도 법인을 설립해 겸직을 한다는 사실 만으로 징계 사유가 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합니다.
(3) 겸직으로 인해 노무 제공에 지장을 준 경우
사업을 운영하는 데는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합니다. 퇴근시까지 미뤄 둔 일을 저녁에 다급히 처리하려다 보면, 수면 시간과 휴게 시간이 부족해 질 수밖에 없죠.
그런데 이로 인해 지각이 잦아지거나, 조퇴 또는 결근이 잦아지거나, 근무 태도에 변화가 생긴다면 비록 근로시간 외에 하는 일이라도 근로시간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이 때는 마찬가지로 징계의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귀사의 직원이 회사를 설립했습니다’
이런 통지, 회사에 가지 않아요
소속 직원이 사업을 시작했다고 해도, 현 직장에서 이를 당장에 알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외부의 누군가가 공식적으로 통지를 해 주는 것도 아니에요.
예를 들어 새로 설립한 법인 소속으로 4대보험을 가입한다고 하더라도, 근로복지공단 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국세청 등에서 이 사실을 현 직장에 알리는 일은 없습니다.
소속 직원이 사업을 한다는 사실 자체는, 해당 직원의 ‘사생활’이기 때문이에요.
한편 각종 사업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를 제출하면, 현재 두 곳에서 건강보험을 납부하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게 아니냐는 의문이 드실 수도 있는데요.
건강보험자격득실확인서는 발급 시 특정 사업장 가입내역을 제외하고 제출할 수 있으므로, 이 또한 문제가 되지는 않습니다.
*참고로 대표자는 4대보험 중 국민연금과 건강보험만 가입하며, 산재보험과 고용보험은 가입대상이 아닙니다.
그럼 현 직장에서
전혀 알 방법이 없는건가요?
다만 몇 가지 자료를 종합해 유추함으로써, 근로 외 소득이 발생한 사실을 인지할 가능성은 있습니다.
특히 국민연금의 경우, 개인이 내는 상한액이 정해져 있습니다. 이중 가입까지는 문제가 되지 않지만, 기준 월 소득액을 합산한 금액(현직장 근로소득+본인 사업 근로소득)이 상한액 503만원(2020.7.1.~2021.6.30.) 이상이 될 경우 근로복지공단에서는 이 금액을 직권으로 조정하는데요.
직권조정이 이뤄지게 되면, 공단에서 조정 사실을 현직장에 통보하기 때문에, 직원에게 별도의 소득이 있다는 사실을 회사에서 인지하게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현 직장에서 503만원의 소득이 있다고 가정 해 보겠습니다. 이 때 국민연금 보험료는 근로자 부담금 226,350원, 사업주 부담금 226,350원을 합산한 452,700원이 됩니다.
그런데 본인이 설립한 법인에서 176만원의 소득을 얻게 된다면? 이 때는 기준 월소득액인 503만원을 넘게 되죠. 따라서 공단 직권으로 ‘679만 원 → 503만 원’으로 직권조정을 한 다음, 조정 사실을 현 직장에 알려주는 것입니다.
4대보험 가입을 하지 않으면 되나요?
대표이사 무보수 신청을 한다면?
현실적으로 국민연금 직권조정통보 이외에는, 직원이 법인을 설립했는지를 확인할 방법은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법인설립사실을 숨겨야 하는 상황이라면,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 게 한 방법이 될 텐데요.
물론 설립한 법인에서 보수를 받는다면,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만합니다. 이건 선택을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죠.
하지만 보수를 받지 않는다면 어떨까요? 이렇게 되면 4대보험에 가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소득이 전혀 없는데, 보험만 따로 가입을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럼 가장 중요한 확인 사항, 과연 ‘무보수’로 일을 할 수 있을까요? 네. 대표이사는 가능합니다. 실제로 설립 초기에는 대표이사에 대한 4대보험 분담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표자 무보수 신청을 하는 법인들이 많아요.
신청을 하는 방법은, 법인 설립이 완료된 시점에 신청서를 구비하여 국민연금공단과 건강보험공단에 각기 ‘법인 대표 무보수 신청’을 진행하시면 됩니다.
글을 마치며
안전이 최선!
실무적으로 현 직장에서 법인설립 사실을 곧바로 알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보아야 합니다.
하지만 언제나 예외는 있는 법. 누군가가 법인 설립 공고를 볼 수도 있고요, 건너건너 이야기를 전해들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물론 직원은 임원에 비해서는 겸직금지의무에 크게 속박되지 않습니다. 직접적인 피해를 끼친 게 아니라면 사실상 문제가 되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하지만 ‘안전함’을 위해서 선택한 재직 중 법인설립, 열심히 살기 위해 한 선택이 발목을 잡는 일은 없어야 겠죠.
설립 진행 전에 회사의 취업규칙과 근로조건을 다시 한 번 확인하시고, 혹시나 문제가 될 만한 사안에 꼼꼼히 대비하시기를 권유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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