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신문] ‘노오오오력’ 부족?
‘노오오오력’ 부족?
이상민 변호사 (서울회)
‘헬조선’에서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탓에 ‘흙수저’로 태어나서 좌절할 수밖에 없는 청년들. 요즘 청년들이 자신들의 처지를 자조하면서 쓰는 단어들입니다. 여러분들께서는 ‘헬조선’, ‘노오오오력’, ‘흙수저’ 라는 용어를 들어 보셨는지요.
‘헬조선’이라는 말은 우리나라의 현실이 지옥 같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청년들이 단순히 취업이 되지 않아 겪는 고통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노력을 통해서 누구나 희망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다. 사회적 약자를 돕는다’는 합의에 금이 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약자가 약자를 왕따시키고 ‘흙수저’가 다른 ‘흙수저’를 짓밟는 세상. 이제 막 사회에 진입하는 청년 계층이 바라보는 우리나라의 현실, 너무도 안타까운 노릇입니다.
근래 법률시장에 배출되고 있는 많은 수의 법조인들 생각은 어떨까요. 안타깝지만 이들이 바라보는 세상도 마냥 밝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적어도 제가 직접 대한 많은 분들은 법조계에 대한 많은 불만을 토로했습니다. 희망을 안고 출근한 첫 직장에서 법조브로커의 변호사법위반 행태를 목도하고, 6개월간의 무급 인턴 생활 그리고 정직원 계약 불발에 좌절하며, 취업 가능성을 빌미로 법인 구성원 등기를 요구 당하였다는 사실을 토해냈습니다. 희망이 꺾이고 그 자리에 분노의 씨앗이 자라고 있는 모습이랄까요. 하지만 많은 법조인들은 새로이 불거지고 있는 법조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노오오오력’ 문제로 생각하며, ‘금수저’로 태어나지 못해 환멸을 느끼는 사람들의 이야기에 관심을 많이 기울이지 않는 듯합니다. 이들은 결코 ‘노오오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요.
더 이상 ‘아프니까 청춘’일 수는 없습니다. 구조적 문제를 도외시한 채 개인의 노력만을 강조할 수 없는 시대이며 법조계도 마찬가지입니다. ‘헬조선’에서 살아가는 ‘흙수저’ 법조인들이 ‘노오오오력’이 부족해서 살아가기 어렵다며 자조하는 분위기는 슬픈 노릇입니다. 하지만 다행히도 제가 만나본 청년 법조인들은 좌절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하면서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계셨습니다. 변화에서 촉발된 법조계의 구조적 문제가 반드시 해결되어, 앞으로 새로이 법조계에 진입하는 분들께서 희망을 잃지 않기를, 포기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어 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라고 또 바랍니다.
– 이 글은 법률신문 2015. 10. 15.자 ‘법조프리즘’란에 기고하였습니다.
원문보기 : https://www.lawtimes.co.kr/Legal-Opinion/Legal-Opinion-View?Serial=96117&kind=BA13&k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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