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목적으로 이용하기 위해 회사를 만들 경우, 처벌 받을까요?
안녕하세요. 헬프미 법률사무소입니다.
회사를 설립하는 것, 즉 법인을 만든다는 것은 사업을 위해 하나의 독립된 인격체를 만드는 과정입니다. 사람에게 출생이 있다면, 회사에는 법인 설립 등기가 있는 셈이죠. 그런데 안타깝게도 이러한 법인 설립 제도를 범죄에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예를 들어, 보이스피싱 조직이 대포통장을 만들기 위해 서류상으로만 존재하는 유령회사를 만드는 경우를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깁니다. 범죄를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할 경우, 처벌 받을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대법원 2020. 2. 27. 선고 2019도9293 판결을 통해 알아보겠습니다.
1. 사건의 줄거리: 대포통장 유통을 위해 꾸며진 회사
이 사건의 피고인들은 대포통장을 만들어 팔 목적으로 주식회사를 설립했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실제로는 자본금을 입금하지도 않았고 회사를 운영할 생각도 없으면서, 약 7개월 동안 10회에 걸쳐 허위로 작성한 법인등기설립신청서를 담당 공무원에게 제출하여 등기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검찰은 피고인들을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겼습니다. 형법에는 아래와 같은 규정이 있습니다.
형법 제228조(공정증서원본 등의 부실기재) ① 공무원에 대하여 허위신고를 하여 공정증서원본 또는 이와 동일한 전자기록등 특수매체기록에 부실의 사실을 기재 또는 기록하게 한 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
즉, 공무원에게 거짓 신고를 해서 공정증서나 이와 같은 전자 기록(예: 등기부)에 사실과 다른 내용을 적거나 기록하게 하면 처벌한다는 내용입니다. 이 사건에서는 범죄에 이용된 법인 설립 등기가 ‘부실의 사실’인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되었습니다. 여기서 ‘부실(不實)의 사실’이란, 권리/의무 관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항이 진실과 다른 것을 의미합니다.
2. 법원의 판단
2.1. 1심
피고인들의 공전자기록등부실기재 등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습니다.
2.2. 2심
2심은 다른 판단을 내렸습니다. 피고인들이 비록 범죄 목적은 있었지만, 회사를 설립해서 회사 명의의 계좌를 만들려는 의도는 있었고, 실제로 회사설립등기를 통해 회사 명의의 계좌까지 만들었기 때문에, 회사가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2심은 범죄 목적이 있더라도, 회사를 설립하려는 의지가 있었고, 실제로 법에서 정한 절차에 따라 설립 등기까지 마쳤다면, 그 등기는 진짜라고 본 것입니다. 결국 2심은 회사설립등기가 허위라는 전제로 기소된 이 부분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3. 3심: 대법원
대법원 역시 2심의 판단이 옳다고 보았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들이 범죄 목적으로 회사를 설립한 것은 맞지만, 상법에서 정한 회사 설립 절차(정관 작성, 주식 발행 및 인수, 임원 선임 등)를 모두 지켰고, 등기부에 적힌 내용(회사 이름, 주소, 자본금, 임원 등)이 실제와 다르다고 볼 만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대법원은 이 사건 회사의 설립 등기가 불실의 사실이 아니라고 최종 판결했습니다. 즉, 서류상 문제가 없고, 법에서 정한 절차를 제대로 밟았다면, 그 등기는 진짜라는 것입니다.
3. 대법원 판결의 이유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이 사건 회사의 설립 등기가 부실의 사실이 아니라고 보았습니다.
- 회사 설립등기의 창설적 효력: 회사 설립 등기가 일단 이루어지면, 그 등기에 따라 회사가 새롭게 설립된다는 효력이 있습니다. 즉, 등기를 통해 회사가 법적으로 ‘탄생’하는 것입니다. 회사의 설립이 무효가 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상법에서 회사의 설립의 무효는 그 주주에 한하여, 설립의 취소는 그 취소권 있는 자에 한하여 회사성립의 날로부터 2년내에 소만으로 이를 주장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소송으로 무효가 되기 전까지는 일단 설립 등기가 되면 유효하다는 것입니다.
- 상법의 ‘준칙주의’: 우리 상법은 회사의 설립에 관해 ‘준칙주의’를 택하고 있습니다. 이는 법에서 정한 일정한 요건과 절차를 거쳐 회사설립등기를 마치면, 발기인(회사를 설립하는 사람)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과는 무관하게 회사의 설립을 인정한다는 것입니다.
- 등기관의 형식적 심사: 등기관은 회사 설립등기 신청을 심사할 때 형식적 심사 권한만 가지고 있습니다. 즉, 등기관은 법에서 정한 요건과 절차가 제대로 지켜졌는지 여부, 즉 서류상 하자가 없는지만 심사하며, 회사를 설립하려는 사람의 속마음(설립 목적)까지 심사할 수는 없습니다.
- 설립 목적의 비공시성: 회사설립등기는 발기인 등의 주관적 의도나 목적을 공시하는 것이 아닙니다. 즉, 등기부에는 회사를 설립하려는 목적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 영업의 실질: 상법상 회사 설립 시에 구체적인 영업의 실질을 갖추는 것까지 요구한다고 볼 근거가 없습니다. 즉, 당장 영업을 하지 않더라도, 서류상 요건을 갖추고 절차를 밟아 등기를 했다면 회사 설립은 인정될 수 있습니다.
- 불법성 여부에 따른 효력 부정의 문제점: 의도나 목적에 내재된 불법성의 정도에 따라 회사 성립의 효력을 함부로 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대법원은 덧붙였습니다. 즉, 설립 목적에 불법성이 의심된다는 이유만으로 등기의 효력을 쉽게 부정하면 제3자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것입니다.
4. 당신 곁의 든든한 법률 파트너, 헬프미
위의 이유로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은 부실 회사 설립 등기와 관련하여서는 무죄로 판단되었습니다. 하지만 주식회사 자본금 가장 납입 부분은 유죄, 대포통장 유통 행위에 대해 전자금융거래법 위반죄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판결은 회사를 설립하려는 분들에게 중요한 점을 알려줍니다. 회사를 설립할 때는 상법에서 정한 절차를 철저히 지키고, 등기부에 적히는 내용이 실제와 다르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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