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헬프미 법률사무소입니다.

상표를 등록만 하고 사용하지 않으면 취소될 수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에 따르면, 상표권자는 정당한 이유 없이 3년 이상 등록상표를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을 경우, 상표 등록이 취소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바로 상표 불사용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는 경우입니다(상표법 제119조 제3항 단서).

최근 특허법원에서 선고된 이른바 ‘티르리르‘ 사건(특허법원 2024. 5. 9. 2023허13971)은 이러한 ‘정당한 이유’가 무엇인지, 어떤 경우에 상표 불사용 취소 심판을 면할 수 있는지 보여줍니다.

 💡 참고: 이 사건의 당사자는 주식회사 티르티르와 주식회사 신라보석입니다. 주식회사 티르티르는 국내 인플루언서 사업가 이유빈 씨가 창업하였는데, 이 씨는 2024년 8월 지분 매각으로 최소 1400억원을 벌어들이고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 ‘티르리르’ 사건, 무슨 일이 있었나?

2014년 9월 11일, A(신라보석)는 F로부터 보석장식류 등을 지정상품으로 하는 등록 상표(이하 ‘A의 선등록상표’) 및 관련 영업 일체를 약 18억 원에 양수, 권리이전 등록하였습니다. A는 2014년부터 (이하 ‘선사용상표’)등 상표를 사용하여 귀금속류 악세서리에 대한 영업을 하였습니다. 이 상표들을 사용하는 매장이 2017년 기준 4,50개에 달했습니다. 

2017년 12월 6일, B(주식회사 티르티르)는 (이하 ‘B의 상표들’) 를 화장품류에 대하여 등록했습니다. B는 2017년 3월부터 이 상표를 화장품류에 사용하여 인스타그램 등을 통해 홍보했고, 유명연예인 등을 모델로 다양한 광고를 진행하였으며 이에 매출이 2020년 약 412억 원에 이르렀습니다.

2019년 8월 26일 A는 ‘‘ 상표(이하 ‘이 사건 등록상표’)를 화장품류에 등록했습니다. A는 2019년 10월 8일 특허심판원에 ‘B의 상표들’에 대해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했습니다. 2023년 7월 27일 대법원은 B의 상표들을 ‘수요자를 기만할 염려가 있을 뿐 아니라’, ‘원고에게 손해를 입히려는 등 부정한 목적으로 사용되는 상표’라고 보아 B의 상표들의 등록무효를 확정지었습니다.

그 와중에 B는 A의 이 사건 등록상표에 대해 2022년 8월 29일 불사용취소심판을 제기하였습니다.

2023년 9월 1일 특허심판원은 A가 심판청구일 전 3년 동안 이 사건 등록상표를 그 지정상품인 화장품류에 사용하지 아니하였고, 불사용에 정당한 이유가 없다고 보아 이 사건 등록상표를 취소하는 심결을 하였습니다. 이에 원고는 상표불사용의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주장하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의 소를 제기하였습니다.

과연 특허법원은 A의 주장을 받아들였을까요?

 

1.1. A의 주장

• 이 사건 상표를 등록받았으나, B의 유사 상표들로 인해 이 사건 상표를 사용할 경우 상표권 침해 분쟁에 휘말릴 우려가 있었습니다.
• A는 B의 유사 상표들에 대한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여 최종 상표 무효 심결을 받아내는 등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했습니다.
• 그 이후에는 상품 디자인 의뢰, 화장품책임판매 등록 등 상표 사용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진행했습니다.
• 따라서 A는 상표를 사용하지 못한 데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존재하며, 상표 등록이 취소되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습니다.

 

1.2. B의 주장

• B는 A가 이 사건 상표를 3년 이상 국내에서 사용하지 않았고, 이는 상표법 제119조 제1항 제3호 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원고가 주장하는 사유는 상표 불사용에 대한 정당한 이유로 인정될 수 없으므로, 상표 등록은 취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2. 법원의 판단

• 먼저 법원은 상표불사용의 정당한 이유에 대한 기존의 법리를 소개하였습니다.

상표불사용에 대한 ‘정당한 이유’라 함은 질병 기타 천재 등의 불가항력에 의하여 영업을 할 수 없는 경우뿐만 아니라, 법률에 의한 규제, 판매금지, 또는 국가의 수입제한조치 등에 의하여 부득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와 같이 상표권자의 귀책사유로 인하지 아니한 상표 불사용의 경우도 포함된다.

 

• 법원은 원고가 상표를 사용하지 못한 데에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 ‘법률에 의한 규제 등에 의하여 부득이 등록상표의 지정상품이 국내에서 일반적․정상적으로 거래될 수 없는 경우’를 반드시 법률에 의해 절대적으로 금지되는 경우만으로 한정하여 볼 것은 아닙니다.
  • 상표권 침해 소송, 민형사 책임의 위험을 감수하며 상표 사용을 강요하는 것은 불사용취소심판 제도의 취지에 맞지 않습니다.
  • A는 이 사건 상표 등록 후 2개월도 되지 않아 등록무효심판을 청구하는 등 신속하게 대응했고, B의 유사 상표들의 등록 무효 가능성이 높아지자 화장품 디자인 의뢰 등 상표 사용을 위한 구체적인 준비를 했습니다.

 

3. 시사점

법원은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 사용으로 인해 타인의 상표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는 경우, 상표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정당한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티르티르‘ 사건은 상표 불사용 취소 심판에서 ‘정당한 이유’의 범위를 넓게 인정하는 판례로, 상표권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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