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주 의결권 제한’ 이란? 고려아연 vs 영풍 사례
안녕하세요. 헬프미 법률사무소입니다.
최근(2025.1.23.) 고려아연의 임시 주주총회를 둘러싸고 최윤범 회장 측과 영풍 – MBK파트너스 연합 간에 치열한 경영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싸움의 중심에는 바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이라는 다소 생소한 법률 용어가 있습니다. 헬프미 법률사무소가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와 핵심 쟁점을 설명해 드리고,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 예측해 보겠습니다.
1. 등장인물과 지분 관계
- 고려아연: 이번 분쟁의 중심에 있는 회사입니다. 현재 최윤범 회장 측이 이사회를 실질적으로 지배, 경영권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 영풍: 고려아연의 최대주주로, 25.42%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장씨 일가가 지배하는 회사입니다.
- 최윤범 회장: 고려아연의 현 회장으로, 약 17.5%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최씨 일가를 대표합니다.
- MBK파트너스: 대형 사모펀드로, 영풍과 손잡고 고려아연의 경영권 인수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영풍, MBK파트너스 연합 측 지분을 합하면 약 41%에 해당합니다.
- 선메탈홀딩스: 고려아연이 100% 지분을 보유한 호주 자회사입니다.
- 선메탈코퍼레이션(SMC): 선메탈홀딩스가 지분 100% 보유한 고려아연의 호주 손자회사입니다. 유한회사로 추정되며, 2025년 1월 22일 영풍 주식 10.3%를 취득하여 이번 분쟁의 핵심 역할을 하게 되었습니다.
2. 사건의 전개: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요?
- 오랜 동업 관계의 균열: 최근 최윤범 회장 체제가 강화되면서 두 일가 사이에 갈등이 생겼습니다.
- MBK파트너스의 등장: 사모펀드 MBK파트너스가 영풍과 연합하여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시도한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 고려아연의 임시 주총 소집 (2025년 1월 23일): 고려아연 이사회는 집중투표제 도입, 이사 수 19인 제한, 최윤범 회장 측 이사 7인 선임 등을 안건으로 임시 주총을 소집합니다. 최윤범 측의 이사회 지배를 공고히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 주총 하루 전, 고려아연의 기습 공격: 고려아연은 2025년 1월 22일, 호주 손자회사인 SMC를 통해 영풍 주식 10.3%를 취득했다고 공시합니다.
- 순환출자 완성: 이로써 ‘고려아연(100%)→ 선메탈홀딩스(100%)→ SMC(10.33%)→ 영풍(25.42%)→ 고려아연’의 순환 출자 고리가 만들어졌습니다.
- 고려아연, 영풍의 의결권 제한: 고려아연은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근거로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 25.42%는 의결권이 없다고 발표합니다. 쉽게 말해, 영풍은 주총에서 목소리를 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 임시 주총 결과: 영풍의 의결권이 제한된 상태에서 모든 안건이 최윤범 회장 측 뜻대로 가결되었습니다.
- 영풍-MBK 연합의 반발: 영풍과 MBK는 의결권 제한이 불법, 탈법이라며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3. 상호주 의결권 제한: 무엇이 문제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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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란? ‘회사, 모회사 및 자회사 또는 자회사가 다른 회사의 발행주식의 총수의 10분의 1을 초과하는 주식을 가지고 있는 경우 그 다른 회사가 가지고 있는 회사 또는 모회사의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는 규정입니다.(상법 제369조 제3항) 그리고 이 경우 손자회사도 자회사로 봅니다(제332조의 2 제3항). 간단히 말해, A회사의 자회사 또는 손자회사 B가 C회사의 주식을 10% 넘게 가지고 있을 때, C회사가 가진 A회사 주식은 의결권이 없는 것입니다. 순환출자로 서로 주식을 보유한 회사 간에 짜고 치는 식으로 경영권을 왜곡하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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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의 주장: 고려아연은 자신의 손자회사인 SMC가 영풍 주식 10.3%를 취득했으므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에 따라 영풍이 가진 고려아연 주식은 의결권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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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MBK 연합의 반박
- SMC는 호주 법에 따라 설립된 해외 법인이므로 한국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
- SMC는 주식회사가 아닌 유한회사이므로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 주주총회 하루 전에 갑자기 의결권을 제한한 것은 신의성실의 원칙상 문제가 있다.
- 공정거래법에서는 자산총액이 10조원 이상인 기업집단에 속하는 회사들이 계열회사와 상호출자하는 것을 금지한다.
- 이는 경영권 방어를 위한 꼼수이다. 순환출자를 막기 위한 상호주 의결권 제한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
4. 앞으로의 전망: 길고 긴 법정 다툼 예고
- 영풍-MBK 연합은 강력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습니다. 임시 주총 결의 무효 확인 소송,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공정거래위원회 및 금융감독원 조사 요청, 최윤범 회장 측에 대한 형사 고발 등 다양한 법적 조치가 취해질 것으로 보입니다.
- 법원의 판단이 중요: 결국 법원이 어떤 해석을 내리느냐에 따라 고려아연의 경영권 향방이 결정될 것입니다. 특히, 해외 소재 유한회사를 상법상 ‘자회사’로 볼 수 있는지, 경영권 분쟁 중에 이루어진 긴급한 지분 취득을 인정할 것인지 등이 주요 판단 기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 장기화 가능성: 법정 공방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종 판결까지 수년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
- 3월 정기 주총: 다가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최윤범 회장 측 이사 5명의 재선임 안건이 상정될 예정입니다. 이번 임시 주총에서 도입된 집중투표제로 인해 또 한 번의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