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체 형상, 상표 출원 등록할 수 있나요? 비아그라 알약 사건
안녕하세요. 헬프미 법률사무소입니다.
오늘은 입체적인 형상이 상표로 보호 받을 수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예시로 화이자의 비아그라와 한미약품의 팔팔정이 벌인 법적 분쟁을 살펴보겠습니다.
1. 입체 형상을 상표 등록할 수 있나요?
상표법 제2조는 상표를 “자기의 상품과 타인의 상품을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표장”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표장은 “기호, 문자, 도형, 소리, 냄새, 입체적 형상, 홀로그램ㆍ동작 또는 색채 등으로서 그 구성이나 표현방식에 상관없이 상품의 출처(出處)를 나타내기 위하여 사용하는 모든 표시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체적인 형상도 상표로 등록될 수 있습니다.
다만 상표등록을 받으려는 상품 또는 그 상품의 포장의 기능을 확보하는 데 꼭 필요한 입체적 형상만으로 된 상표는 등록할 수 없습니다(상표법 제34조 제1항 제15호).
또한 입체적 형상으로 된 등록상표의 입체적 형상이 누구의 업무에 관련된 상품을 표시된 것인지 식별할 수 없는 경우에, 등록상표의 지정상품과 동일, 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등록상표의 입체적 형상과 동일, 유사한 형상으로 된 상표에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3호).
2. 사건 배경
화이자는 발기기능장애 치료제 비아그라(Viagra)를 개발, 1998년부터 판매하였습니다. 기존의 발기기능장애 치료제와 달리 먹는 알약으로 효능이 탁월하고 부작용이 적어 전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푸른색 다이아몬드 모양이라서 ‘블루 다이아몬드’라고 지칭되기도 했는데요.
화이자는 심장혈관용 약제, 성기능장애 치료용약제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다음과 같은 입체상표, 색채상표를 출원하여 2005년 그 등록을 받았습니다.
2012년 비아그라의 특허가 만료되자, 한미약품은 복제약(제네릭)인 팔팔정을 출시하였는데 이 역시 아래와 같은 푸른색 알약이었습니다.
화이자는 한미약품이 팔팔정의 형상을 통해 자사의 상표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3. 화이자의 주장
- (1) 전체적으로 푸른 빛의 다이아몬드 형상인 점, (2) 다이아몬드의 가로 길이가 세로 길이보다 긴 점, (3) 다이아몬드의 각 모서리가 뾰족하지 않고 둥근 점, (4) 측면에서 봤을 때 다이아몬드가 전체적으로 블룩하게 튀어 있는 형태인 점에서 양 제품이 매우 유사하다고 주장했습니다. 따라서 한미약품이 비아그라와 유사한 제품을 제작, 판매, 광고하는 행위는 화이자의 상표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했습니다.
- 제네릭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하는 경우, 평균 7.7회분을 처방하므로, 알약의 형상이 속포장을 통해 노출될 수 있고, 발기부전 치료제에 대한 수요자들과 언론의 높은 관심을 고려하면, 알약 형상 자체가 식별표지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 알약에는 다양한 크기, 원형, 타원형, 오각형, 육각형 등 다양한 형상의 알약들이 있기 때문에 알약이 반드시 다이아몬드 형상의 모양이 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푸른색은 알약의 일반적인 색깔이 아니므로, 한미약품이 의도적으로 비아그라의 형상을 모방했다고 주장했습니다.
- 화이자의 상표는 ‘블루 다이아몬드’로 널리 알려졌기 때문에 수요자들은 ‘팔팔정’을 보고 ‘비아그라’를 연상할 것입니다.
4. 한미약품의 반박
- 팔팔정의 형상은 자타식품 식별표지나 출처표시로서의 기능을 하지 않아 상표로서 사용된 것이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팔팔정에서 상표로서 기능하는 것은 알약의 형상이 아니라 ‘팔팔정’이라는 문자라는 것입니다.
- 팔팔정의 형상은 내복용 알약제품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것에 지나지 않습니다.
- 팔팔정은 비아그라와 비교할 때 약간 둥근 마름모와 직선 중심의 육각형이라는 차이가 있고, 문자 음각이 있어 명확하게 구분됩니다.
- 비아그라의 상표는 알약의 형상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한 것만으로 구성된 상표로서 상표법에 위반하여 등록된 것이므로 무효라고 주장했습니다. 즉 비아그라의 입체상표는 약제의 기능적 형상에 불과하므로, 등록 자체가 무효 사유에 해당하며 상표권 행사는 권리남용이라는 것입니다.
5. 1심: 한미약품 승소
- 서울중앙지방법원(2013. 3. 29. 선고 2012가합87022 판결)은 팔팔정이 비아그라와 유사한 형태 및 동일한 색채를 사용한 것은 환자들이 가지고 있는 비아그라의 효능, 안정성 등에 대한 신뢰에 편승할 의도가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 그러나 마름모 도형 또는 다이아몬드 도형은 과거부터 먹는 알약에 널리 사용되던 형태이고, 그 색채 또한 출시 이전부터 다른 알약들에 사용되고 있던 연한 청색 또는 담청색과 동일 유사하다고 하였습니다. 따라서 팔팔정이 일반적인 알약과 달리 다이아몬드 모양의 독특한 형상 및 색채를 가진 것은 아니라고 하였습니다.
- 팔팔정은 전문의약품으로 의사 처방전에 따라 약국에서 이를 구매하게 됩니다. 팔팔정은 겉포장 및 속포장으로 2차례 포장이 되어 있으며 각 포장에 ‘팔팔정’, ‘한미약품(주)’가 반복적으로 인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의사는 처방전을 작성할 때 그 제품을 명칭은 ‘팔팔’로 특정하게 되며 약사도 ‘팔팔정’로 제품을 식별하여 조제, 판매하게 됩니다. 환자들 역시 겉포장 또는 속포장에 들어있는 상태로 제품을 구매, 보관하게 됩니다.
- 팔팔정의 형태 및 색채는 설사 상표로 사용되었음이 인정된다 할지라도 알약을 보통으로 사용하는 방법으로 표시하는 상표에 불과하여 비아그라 상표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보았습니다.
6. 2심: 화이자 승소
- 서울고등법원(2013. 10. 17. 선고 2013나26816 판결)은 화이자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 팔팔정의 푸른색 육각형 형상이 비아그라와 유사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푸른색 마름모 도형 또는 다이아몬드 도형이라는 지배적인 특징이 동일한 반면, 모서리 형태 등의 차이점은 쉽게 눈에 띄지 않고, 이 점은 때와 장소를 달리하여 관찰할 경우 더욱 두드러진다고 하였습니다.
- 먹는 알약의 특성상 소비자는 최종적으로 포장을 모두 제거한 알약의 형상과 색채 또한 확인하고 복용하게 됩니다. 환자에 따라 처방 분량 및 용량이 다르게 처방되므로 속포장 상태 또는 낱개로 거래될 여지도 있습니다. 또한 일반 수요자들 사이에서는 처방전 없이 낱개 알약으로 자체 거래되는 사례도 적지 않습니다.
- ‘Viagra’, ‘비아그라’ 문자 상품 표지의 압도적인 주지, 저명성에 힘입어 비아그라의 다이아몬드 형상 또한 이미 상당한 식별력을 취득하였다고 보았습니다.
7. 대법원: 최종 판단 (한미약품 승소)
대법원(2015. 10. 15. 선고 2013다84568)은 2심의 판단을 뒤집고 다시 한미약품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 비아그라와 팔팔정은 형태에 공통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차이점도 존재합니다.
- 팔팔정은 전문의약품으로서 대부분 병원에서 의사의 처방에 따라 약사에 의해 처방되고 있습니다. 따라서 그 포장과 제품 자체에 기재된 명칭과 한미약품의 문자상표 및 상호에 의하여 비아그라의 입체상표와 구별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 비아그라의 입체 상표와 팔팔정의 형태는 수요자에게 오인, 혼동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하기는 어려워 서로 동일 또는 유사하다고 볼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8. 상표 출원을 원하시나요?
이 사건은 입체적 형상이 상표로서 인정받기 위해 요구되는 요건과 그 한계를 명확히 보여준 사례입니다. 상표로 등록된 형상이 실제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특정 상품과 연결된 식별력을 가지고 있어야 하며, 단순히 기능적이거나 일반적인 형태는 식별표지로 보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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