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줄게, 효도해다오-효도계약서 작성하는 방법
변호사님
혹시 효도계약서라는 말 들어 보셨슈?
어제 노인정에서 친구들과 텔레비를 보는데
요즘 효도계약서 쓰는게 유행이라고 하더라고.
부모와 자식 사이에 계약서 쓰는 것도 모자라
효도하기로 하는 계약서를 쓴다고?!
그런데 이게 진짜 법적으로
효력이 있긴 있는 건가요?
네. 최근에 부모에게 불효한 자식에게
부모에게 받았던 재산을 돌려주라는
대법원 판결이 있었거든요.
실제 사건 내용을 말씀드려 볼게요.
아버지가 2003년에 시가20억원 정도의
단독주택과 토지, 주식을 아들에게 중여 하면서
‘효도 각서’를 받았어요.
효도 각서내용은
“아버지와 같은 집에서 동거하며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한다.
이러한 조건을 지키지 않으면
아버지는 증여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아들은 이의하지 않는다.
증여 계약을 해제하는 경우에는
아들은 즉시 증여 받은 재산을
원상복구한다”라는 것이었구요.
그런데 그 효도 각서를 쓴 자식이
부모한테 엄청나게 불효했나 보네유. 그렇쥬?
부모가 자식을 상대로 소송하기가 쉽지 않거든.
자식이 오죽했으면 그랬을까.
네. 아버지가 아들에게 증여한
단독주택 1층에는 아들 부부가,
2층에는 부모님이 살았는데,
아들 부부는 부모님과 같은 건물에 살면서도
식사를 같이 하지 않았고,
어머니가 허리디스크로
거동할 수 없게 되셨는데
자주 찾아오지도 않았어요.
급기야 부모님에게 그냥 요양시설에
입원하라고 이야기했구요.
이런 불효자식 같으니라구!!
그래서 결론은 어떻게 됐나유?
내가 다 분통이 터지네.
법원에서 설마 …
줬다 뺏는건 안된다고 한 것은 아니겠쥬?
법원은 “효도 각서의 내용에 따라
아들부부가 부모님을 충실히 부양하지 않았다면
부모님에게 받은 재산을 돌려줘야 한다”고
판단했어요.
증여를 할 때 조건을 붙여서 증여를 할 수 있는데
이것을 “부담부 증여”라고 합니다.
부담부 증여에서는 부담 의무가 있는 사람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에는 증여자가
증여계약을 해제할 수 있거든요.
이 사건에서 법원은
‘효도 각서’를 부담부 증여로 판단해서
아들이 ‘효도’한다는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증여자인 부모님은 증여계약을 해제 할 수 있고,
따라서 아들은 아버지에게 증여 받은 재산을
반환해야 한다고 판단을 한 것이지요.
법원이 판단을 잘 한 건 같은데..
왠지 서글프구먼.
부모가 자식이 ‘불효’할 것을 걱정해서
계약서를 써야 하는 시대라니..
부모님들의 서운한 마음은 충분히 공감합니다.
그런데 자식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후에
자식들이 부모를 제대로 부양하지 않아서
부모가 증여계약을 해제하려고 하는 경우를
대비한다면 효도계약서를 미리
작성해 두시는 것이 좋습니다.
“자녀가 결혼할 때 재산을 다 물려줬는데
요즘엔 자녀들이 나를 찾아오지도 않는다.
이럴 때 어떻게 해야하나요?”라고
상담하시는 분들도 꽤 있거든요.
하지만 민법상 이미 이행한 증여는
원칙적으로 돌려받을 수 없도록 되어 있어요.
따라서 자식들이 불효를 하더라도 다시
돌려받기가 힘든 것이지요.
하지만 부담부 증여의 경우,
즉 효도나 부양의무를 조건으로 한 증여의 경우에는
자식이 부모를 부양하지 않는 경우에
조건을 이행하지 않았으므로
증여계약을 해제하고 다시 재산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그렇구먼유.
변호사님 그런데 효도계약서는
어떻게 쓰는 건가요?
이 참에 나도 한 장 써봐야겠네요.
효도계약서의 정해진 양식은 없습니다.
꼭 들어가야 할 부분만 들어가면 되는데요.
부모(증여자), 자녀(수증자) 이름,
증여하는 재산,
효도조건,
마지막 부분에 날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아래 그림을 참고해서 작성해보세요.
아하!
그런데 이걸 변호사사무실에 안가고
우리끼리 써도 효력이 있는 건가유?
공증을 받아야 하는건 아닌지…
위에 말씀드렸던 꼭 들어가야 하는 부분만
제대로 작성하신 다면 효력이 있으니,
꼭 변호사를 찾아 가셔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공증을 받지 않으셔도
계약의 효력이 있구요.
효도 조건은 제 맘대로 정하면 되는 건가요?
예를 들어서 “어버이날, 부모 생일에는
다같이 식사를 한다”라거나
“한 달에 50만원씩 용돈을 준다”
이런 내용도 가능한가요?
네. 가능합니다^^
하지만 “부모에게 대들지 않는다” 처럼
기준이 불명확하거나 명확하지 않은 표현은
쓰지 않으시는 것이 좋아요.
왜냐하면,
나중에 다툼이 생겨서
소송으로 가게 되는 경우에
모호하고 기준이 불명확한 조건들은
입증하기 어려워서
효력이 인정되지 않을 수 있거든요.
자식들이 부모보다 돈을 더 잘 벌고,
더 잘 살아야 할텐데..
이놈의 세상이 갈수록 살기가 팍팍 해져서
이런 일들이 생기는 것 같어.
부모는 자식이 돈 없어서 힘든 꼴을 못보니
자기가 평생 모은 재산을 자식한테 주고는 싶고,
그런데 재산을 주고 나면
자식한테 버림 받을까봐 걱정이 되고…
세상살이가 좀 나아지면 좋겠어.
암튼 변호사님 덕분에 효도계약서가 뭔지
확실히 알았구먼. 고마워유!!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할아버님과 말씀 나누고 나니
저도 당장 부모님께 안부전화 드려야겠네요.
궁금한 점이 있으시면 언제든 질문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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