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 절 때문이에요”
“예? 절 때문이라고요? 대체 무슨 이야기시죠?”

폭염주의보가 발령되었던 어느 날이었습니다. 사무실에 도착하셔서 땀조차 식기 전에 ‘절 때문이다’라는 이야기부터 대뜸 꺼내셨던 이혼 사건 의뢰인 K 선생님. K 선생님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들어보자 왜 K 선생님이 대뜸 “모든 건 절 때문이다”라고 하셨는지 이해가 되기 시작했습니다.

 

K 선생님은 결혼 초기부터 남편 L씨와 종교 갈등을 겪었습니다. 두 사람은 사랑으로 종교 갈등을 해소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며 결혼식을 올렸지만, 그런 기대는 어느 순간부터 어그러지기 시작하였습니다. 오히려 K 와 L 간 종교 갈등이 깊어지면서, K는 남편 L 뿐만 아니라 시어머니 O와도 심각한 고부갈등에 이르게 되었고, 그 갈등이 극에 이르러 결국 K 선생님은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는 등 정신이상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하였던 것입니다.

 

“제가 이런 일로 정신과까지 다니게 될 줄 저라고 알았겠습니까. 그렇다고 절에 들어가다니요..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요”

K 선생님은 정신이상증세를 호소하면서 정신과를 다니기 시작하였습니다. 하지만 K 선생님과 L 사이에서 아이가 생기지 않았던 문제까지 모두 ‘K 선생님이 불교를 믿지 않아 생긴 일이다’라고 생각하였던 시어머니 O씨는, 아들 L과 함께 종교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게 되었고 결국 L씨는 가출에 이르러 입산까지 함으로써 비구승의 길에 접어들게 되었습니다.

K 선생님은 정신이상 증세를 가진 상황에서 수 년 이상 장기간 L씨와 별거하여 실질적으로 혼인이 파탄되는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또한 시어머니와의 심각한 갈등으로 인하여 도저히 결혼 생활을 지속할 수 없는 상태였으며, 이러한 상황에서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이혼을 하기 위하여 변호사를 찾아오셨던 것입니다.

결국 K 선생님은 재판이혼에 성공하셨습니다. L씨가 부인인 K 선생님을 버려두고 가출하여 비구승이 된 것을 민법 제840조 이혼사유 제2호에서 규정하고 있는 ‘악의의 유기’에 해당한다고 인정받았던 것이지요. 부부라는 인연이 맺어지는 것도 큰일이지만, 그 연을 끊어내는 것은 더욱 더 큰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제가 이 사건을 겪으면서 안타까웠던 부분은, 두 분의 갈등이 결혼 초기에 충분히 봉합될 수 있었다는 사정 때문이었습니다. 사랑이 미움이 되고, 미움이 무관심으로 바뀌는 과정을 차근차근 들으면서 많은 생각을 할 수밖에 없었지요. 어쩌면 결혼 생활을 영위하면서 사랑보다 더 필요한 것은, 배우자의 상황을 이해하고 잘못된 부분을 끊임없이 고쳐 나가려는 노력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늘도 주변에서 일어나는 종교간 갈등의 모습을 대하면서, 지금 이 시간에도 얼마나 더 많은 K선생님과 L 선생님이 생겨나고 있을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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